"질긴 인연이라 모질게 내치지 못해 보듬고 사는 사이, 그래서 부부의 연은 살면 살수록 사랑보다 의리요 책임감이라고들 한다."
이 말은 생극면에서 23년째 올갱이탕을 파는 이복자 부부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일 것입니다. 그들의 가게로 들어서면 단층 건물 옆 다육이가 가득한 정원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. 정원을 지나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,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운 희귀하고 오래된 골동품들이 손님을 맞이합니다. 이 모든 골동품은 41년 간 아내 곁을 지켜온 남편 원주영 씨가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, 보는 이들에겐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즐거운 볼거리일 수 있겠지만, 갈수록 늘어나는 처치 곤란한 물건들이 아내 입장에선 그리 반갑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.
하지만 아내에겐 가게 일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곤 물수건을 접고 카운터에 앉아있는 것이 전부인 남편이지만,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입니다. 이는 남편이 23년 전 폐암 진단을 받고 한쪽 폐를 절제한 후 얻은 깨달음이기도 합니다.
사실 젊은 시절 남편 원주영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열성적이었지만, 정작 가정을 위해 월급봉투를 들고 오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. 가정을 꾸리고 책임지는 일은 전적으로 아내의 몫이었던 셈이죠. 그런 남편의 모습에 아내는 '저 남자 늙어서 두고 보자'며 이를 갈기도 했었다고 합니다.
그런데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50대에 찾아온 암 진단으로 생사를 오가는 남편을 보며, 아내는 모든 것을 잃어도 좋으니 오직 남편만 살아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합니다. 미워도, 힘들게 해도 곁에 있어 주어야 하는 사람임을 깨달은 것이죠. 아내의 그 간절한 바람 덕분에 남편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내의 소원을 이뤄주고 있습니다.
힘겨운 투병 생활로 인해 남편은 팔 하나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고, 아내 역시 무릎과 손가락이 좋지 않아 남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.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깊어진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합니다. 비록 서툰 표현이지만, 진심만은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이죠.
투박하지만 진실된 이 노부부의 대화 속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. 젊은 날의 사랑보다 깊어진 의리, 병약한 서로의 모습을 보듬어 안으며 책임감 있게 남은 인생을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마음. 이복자 부부의 이야기는 외식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무진 사장님 내외의 모습은 아닐지 모르지만, 평범한 서민으로서 살아가는 노부부들의 애틋하고 숭고한 사랑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.
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, 부부의 연이란 단순히 사랑이나 계산으로만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, 살면 살수록 깊어지는 의리와 책임감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배웁니다. 건강하지 않은 모습으로도 맞잡은 두 손을 놓지 않는 이 부부의 모습에서, 진정한 부부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입니다.
원가네 올갱이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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